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
나라 살림의 주요 재원인 세수 규모는 세원(稅源 : 과세대상)과 세율의 크기에 달렸다. 우리나라 소득세 최고세율은 42%다. 2016년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이 38%였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2017년에 2% 포인트, 2018년에 2% 포인트, 매년 소득세율을 올렸다. 이제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5.8%)보다 높고, 소득세 중심 국가인 미국(35%)보다도 높다. 이와 같이 소득세율은 높지만 낮은 세원 포착률 때문에 총 조세 대비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게 문제다.
세수 확보를 위한 소득세제 개편은 세율 인상보다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원 확대에 중점을 둬야함을 시사한다. 숨은 세원을 방치한 채 세율을 올리면 근로자와 같이 세원이 드러난 성실납세자의 세 부담만 늘어나 불공평이 심화된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투자 유치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Tax competition)’시대다. 한국은 2017년까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22%이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대기업에 대한 증세 목적으로 2018년부터 법인 소득 3000억원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율을 25%로, 3% 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는 성장과 일자리 성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을 내린 세계 각국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한국은 저성장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세율 인상에 따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세금 인상,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반(反)기업·친(親)노동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로서 세계 평균 성장률 3.6%에 훨씬 못 미쳤다. 올해 정부 성장 목표치는 2.4~2.5%로 인데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2%대 성장도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이 주류를 이룬다. 저성장으로 기업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청년층과 사회 중추 세대인 40대의 고통이 심각하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세제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해서 기업과 청년들을 어렵게 해선 안 된다. 기업의 경쟁력은 연구개발(R&D)과 인재육성에서 나오고,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부자증세’라는 이념적 잣대로 세율을 올리는 등 반(反)기업 정서가 강한 나라에서 과연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겠는가?
한편 대기업의 편법적 부의 대물림은 공평과세 측면에서 철저히 막아야겠지만, 가업승계는 부의 대물림이 아닌 제2의 창업으로 보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손톱깎이로 유명했던 회사 ‘쓰리세븐’의 경우처럼 경쟁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문을 닫으면 일자리가 줄고 기술이 사장(死藏)된다.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요건’ 8가지를 대폭 축소하고 정비해야 원활한 가업상속이 이뤄진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가업상속 후 업종 변경 범위를 확대하고, 자산 유지와 고용 유지 의무를 완화하면서,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데 그쳤다. 변죽만 울린 격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