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다시 열리는 재판 통해 특별한 사유 없으면 비자 발급될 듯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군 입대를 선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입국이 금지돼 온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 씨가 한국 땅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 11일 유 씨가 미국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 실질적인 심사를 했어야 함에도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증발급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2002년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할 때까지 수년간 한국에서 활발하게 연예 활동을 하면서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인터뷰를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유 씨의 행위를 고려해서 입국금지 결정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자 발급을 거부 하려면 여러가지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그렇게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재판부가 언급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유 씨에게 유리한 지점들이 많은 만큼 유 씨의 비자 발급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유 씨의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적용되던 재외동포법은 외국인이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외동포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유 씨는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다. 방송을 통해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던 유 씨는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며 병역을 면제받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입국을 제한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 씨는 2015년 9월 미국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한국 법률대리인을 통해 LA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유 씨는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1·2심 재판부는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부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 위법하다는 유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조치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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