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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 美國이 최순실 게이트에 분주해진 까닭…사드, 韓日군사협정 강행조짐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한국 정부가 최순실 사태로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면서 미국 정부가 급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는 현 시국을 반영해 한미일 3국 공조를 가속화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한국 정부의 국정공백 현상이 ‘다 된 밥에 빠진 코’로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공조는 현재 한미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 한일간 군사정보협정 논의 재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미국에게 현안은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1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함께 괌 미군기지의 핵추진 잠수함을 둘러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를 무력화할 요격 미사일 배치가 급선무다. 특히 사드는 북한 미사일이 평택이나 대구 등 주한미군의 집결지, 또는 유사시 미군이 대규모로 전개될 부산항 등을 겨눌 경우 이를 막을 유일한 수단이다.

미군은 지난 2014년 3월 북한이 사거리 1300㎞의 노동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높은 각도로 쏘아올려 약 650㎞ 떨어진 목표점을 타격하는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자 주한미군 피격 위험성을 감안해 사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로부터 3개월 후인 2014년 6월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도입 필요성을 처음 공식화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이 괌이나 하와이 등 태평양의 미국령 도서, LA나 샌프란시스코 등 미 본토 서부 해안가에 접한 대도시를 미사일로 겨냥할 경우에도 주한미군의 사드는 미국에 유용한 자산이 된다. 북한의 미사일 탄도 등을 조기에 파악하고 계산해 미 본토 상황에 맞는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북한이 6번째 시험발사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성공적으로 비행한 이후부터 북한 미사일을 현실적 위협으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 전략사령부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을 인터넷에 공지하는 등 북한 위협 관련 대국민 정보제공 서비스도 강화한 상태다.

▶사드 반드시 필요한 주한미군, 최순실 게이트에 긴장=주한미군은 현재 경기도 북부지역과 서울 등 전방에 배치했던 주한미군 기지를 대부분 중부지역(평택)과 남부지역(대구)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미군이 국내 사드 배치지역을 경북 성주군으로 정한 것은 성주에 배치된 사드로 평택과 대구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의 약점은 수도권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미는 전국적으로 배치된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을 수도권으로 이동배치하고 있다. 수도권은 패트리엇, 수도권 이남은 사드로 방어하는 전략개념을 세운 셈이다.

패트리엇은 고도 15~40㎞ 범위, 사드는 고도 40~150㎞ 상공에서 미사일을 요격한다. 북한이 앞서 지난 2014년 3월 노동 미사일을 발사한 방식처럼 높은 각도로 쏴올렸다가 수도권 이남의 특정 지점을 타격할 경우, 높은 고도에서 사드가 먼저 한 번 요격하고 낮은 고도에서 패트리엇이 한 번 더 요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북한이 사거리가 짧은 스커드 미사일 등으로 수도권을 타격할 경우, 낮은 고도에서 패트리엇으로 요격할 수밖에 없어 수도권 이남보다 수도권이 북한 미사일에 한층 취약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4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8~10개월 안에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모처에서 육군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브룩스 사령관이 지난달 19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에서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이 “사드를 가능한 한 빨리 한국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이날 주한미군 차원에서 내년 7월께 사드 배치를 완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 국방당국의 사드 관련 방침은 ‘내년 말까지 배치 완료’였는데 이보다 사실상 6개월 정도 더 빨리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주한미군 측이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이 최순실 게이트 직후 사드 추진에 더욱 의욕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 1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함께 괌 미군기지의 사드 포대를 둘러본 사실을 언급하고 “한국에 오는 사드 포대는 괌 포대보다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미군이 한국에 전개하는 아파치 헬기 숫자를 2배로 늘려 한국군의 아파치 헬기와 같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공격헬기 중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아파치 헬기는 유사시 전투가 벌어지면 선봉에 서서 적 주력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증강한다는 건 곧 실제적인 전투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그만큼 미국 측에서 한반도 정세를 긴박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주한미군에는 아파치 헬기를 운용하는 1개 부대가 있는데 향후 2개 대대로 증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군은 지난 5월부터 아파치를 실전배치해 내년 상반기까지 36대를 보유할 계획이다.

▶논란속에 한일 군사정보협정도 재개=지난 2012년 정부가 밀실추진하다 논란이 돼 무산된 한국과 일본간 군사정보협정 체결 논의도 다시 재개됐다. 지난달 19일 2+2회의와 20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이 포함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7일 우리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협정 재개를 공식 발표했다.

무산된 뒤 4년간 서랍속에 있던 한일 군사정보협정문이 갑자기 햇빛을 보게 된 배경에는 미국 측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공조방안이 절실하다는 입장이고, 이를 실현하려면 한일간 군사정보협정에 체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한일 군사협정 체결이 무산된 뒤 미국이 나서 지난 2014년 12월 29일 한미일간 군사정보공유약정을 체결하긴 했지만 이 약정은 미국을 매개로 한미간, 미일간 공유된 정보를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받아보는 형태여서 실시간 정보 공유 등 긴박한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는 한일 군사정보 협정 관련 한일간 과장급 실무자 회의가 열렸다.

국방부는 이 협정 관련 문안이 양국이 합의한 상태에서 이미 4년 전 대부분 작성됐지만 체결 직전 국민 여론에 떠밀려 무산된 만큼 조속히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협정 체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고, 뭔가에 떠밀려 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지난 10월 6일 국방부 관계자에게 확인했을 때까지 우리 국방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협정을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했다”며 “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 협정 체결을 발표한 27일의 전날인 26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국방부에 통보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하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행되고 있는 사드,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현 최순실 게이트 정국과 맞물려 고조될 경우 정부는 정책 추진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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