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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 태안의 눈물 함께 씻은 국민들…아플때 더 강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본 ‘재난의 역설’ 전문가 진단
세월호 170만명 조문·태안 20만명 봉사
국민들 형제애·시민정신 부활 큰힘
‘아픔’ 공감통해 사회구성원 책무 확인

이기주의 관료·부정부패 관피아 직격탄
제대로된 치유 없으면 이민폭증 우려도
인간존중·관료사회 감시 등 대안 절실


세월호 사고는 숨어있던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재난을 총괄해야할 청와대와 정부는 무능했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부실 대응은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통해 확인된 높은 시민의식과 공감의 능력에서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몇 사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식의 대응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관료 사회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70만 명이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애도했다. 태안 기름 유출 때는 20만명 이상이 자원봉사자들이 자갈을 닦았다. 우리 국민들이 어려움이 닥쳤을 때 갖는 공동체 성향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도 “시민사회의 초석은 형제애다. 나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에야 가능한 것이다”며 “그간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식이 실종됐다는 해석이 많았는데 시민정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계기”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이어 “악마를 만들고 그를 처벌하므로써 국민적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때에야 국민은 치유될 수 있다. 제도적 치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 선주, 선사 그리고 일부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심상용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은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 기득권층에 대해 분노하고 국가의 존재이유와 문명사회의 기초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지금 국민들은 아픔이라는 공감을 통해 인간으로서 또 사회구성원으로서 공동의 책무를 이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제대로 된 ‘치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민폭증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세월호 사고로 사회가 더 개인화되고 탈공동체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탈출한국이 현상을 넘어 증상이 될 수도 있다. 재난 때문에 국가를 불신하게 되면, 개인은 자구적인 안전대책을 세우게 되는데, 그 극단적 표현이 ‘탈출’이다”고 말했다.

관료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았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정부부처와 관료들의 이기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이는 민간기업의 탐욕주의와도 결탁돼 있다. 민과 관이 결탁해 존재하는 위험을 외부화 해왔고, 그것의 가장 약한 고리가 사고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축과 과적을 통해 선사는 돈을 챙겼고, 반대 급부인 위험은 승객들이 떠앉게 됐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도 ‘관피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관피아가 문제다. 퇴직관료의 유관 단체 재취업 현상은 한국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의 핵심 원인이다”며 “사고를 계기로 문제가 불거졌지만 핵심을 제거키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채용시험 폐지를 대안으로 내놨다. 설 교수는 “고시 제도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현대판 과거제도다. 시험 잘봐 선발된 관료가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명백하다. 고시제가 없는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하부’를 구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임 교수는 “선원들의 문제있는 의식과 관행들이 1차적 문제겠지만, 이 모든 문제들은 결국 ‘비정규직 문제’로 이어진다. 약한 직업의식과 이수되지 않은 안전교육은 사고 피해를 크게 만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에서 세월호 선장은 계약직으로 드러났고, 사고 당시 선원 대다수도 비정규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책임과 권한이 없는 선장과 선원들에게 승객들의 안전을 맡겼으니 그 결과가 참혹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홍석희ㆍ정태일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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