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존폐 가를 여론조사…지도부 vs 강경파 당내외 잇단 호소
‘안철수의 운명’을 가를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한 조사(여론조사+당원투표)가 9일 하루동안 실시되면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섰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인사들의 여론전이 거세다. 무공천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조사 결과가 ‘공천 실시’로 나오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재검토 결정이 전격적이었고, 여론전을 펼 시간이 많지 않아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무공천 유지’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안철수 대표에 ‘흠집’이 나선 지방선거 승리도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충북지사는 당의 ‘무공천 재조사’가 확정된 후인 8일 오후 자신의 SNS계정에 ‘공천 대 무공천의 불공정 게임, 어떻게든 막아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우리나라 선거의 종류를 언급한 뒤 “각각의 시합에 학생선수 이외에 어른(정당)이 함께 시합에 참여 해온 꼴”이라고 썼다. 이 지사는 또 “한쪽(새누리당)은 일방적으로 공약을 파기하며 (공천을) 추진한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공천제 폐지가 안될 바에는 차라리 무공천을 하겠다며 자살골을 택하는 양상으로 치달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평소 ‘공천 유지’를 소신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초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도 김한길 대표에게 ‘공천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재조사’ 결정이 내려지자, 여론을 ‘공천 유지’쪽으로 기울게 하기 위해 여론전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정세균 의원도 8일 오후 자료를 냈다. 그는 “정당의 임무는 국민을 위해 좋은 후보를 민주적으로 공천하는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들께서 새정치연합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해 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실시가 확정되면서 응답자들을 향해 ‘공천 유지’로 답을 해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여론전이 실제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의 경우 1000명의 응답을 듣게되는데 평균 응답률이 5% 안팎임을 고려하면 대략 2만통 가량의 전화 ARS가 진행된다. 이들을 일일이 찾아 개별 설득이 어려운 만큼, 미디어를 통한 여론전 외에 다른 방법은 불가능한 셈이다.
일부 의원들은 더이상의 ‘당론 분열’을 막아야 된다는 판단 하에 침묵을 지켰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새정치’가 아닌 ‘내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정청래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눈물을 봤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더이상 안 대표를 공격치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 측은 ‘무공천 유지’로 결과가 나오는 데 주력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9일 오전 회의에서 “전당원 투표 여론조사는 소신을 접고 후퇴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 확인으로 더 굳세게 나가자는 것이다. 당원 생각과 제 생각, 국민들의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무공천 의지가 확고함을 다시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 역시 “국민과 약속 지켜야 한다는 소신 변함 없다. 당원 동지와 국민들의 뜻이 확인되면 어떤 경우도 하나 돼야한다. 하나 되서 달려 갈길 멀다”고 말했다. 조사가 실시되는 날 두 명의 당 대표가 ‘무공천 유지’를 국민들이 승인해달라는 요구를 국민과 당원에 다시한번 강조한 셈이다. 조사 결과는 오는 10일 발표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