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한길의 ‘잠 못 이루는 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당권 장악 10개월차에 또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지난해 말 특검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것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가 적지 않은 탓이다. 특검 도입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을 설득하고, 당내 반발을 무마하면서, 안철수 의원과의 ‘야권연대’까지 이뤄내야 하는 3가지 숙제가 김 대표 앞에 놓였다.

김 대표는 7일 오전 긴급의원총회에서 “어젯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의원님들도 저와 마찬가져 심정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과 야당의 특검 요구를 묵살하면서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던 박근혜 정부에게 분노한다”고 말했다. 단어 선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김 대표 스타일을 고려하면 그의 이날 의총 발언엔 거센 표현이 많았다. ‘진실과 국민이 모욕’, ‘수치스러운 생각’, ‘전방위적 수사 방해’, ‘오만에 빠진 착각’ 등의 구절이 이날 의총에서 언급됐다.

사실 김 대표는 당대표가 된 뒤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지난해 6월 검찰이 김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김 대표는 “잠들지 못하다가 박차고 일어나 새벽에 몇 자 적는다”며 장문의 편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썼다.

뜨겁던 지난해 8월께엔 ‘장외투쟁’을 이끌면서 시청앞에서 ‘노숙’을 하느라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는 이른 아침 노숙 현장을 방문한 기자에게 “누가 밤이 고요하다고 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9월 박 대통령과의 ‘3자 회동’에서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한 당일에도 김 대표는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을 하곤 시청앞 노숙 현장에서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가 된 뒤 유난히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 대표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재판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특검을 실시한 적이 있었느냐며 특검 불가 입장이다. 7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재판부는 외압의혹 제기한 권은희 과장의 주장 신빙성 없고 공소사실 증거 충분히 뒷받침 못했다고 판시했다”며 “그동안 검찰이 무리하고 부실한 수사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의 주장이던 ‘특검 절대 불가’를 재확인 한 셈이다.

사실 더 시급한 것은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이다. 긴급 의총에서 정청래 의원은 “권력에 의한 결과지만 민주당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노력 없고 신뢰받지 못하는 야당은 추풍낙엽처럼 국민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맞서 결연하게 싸워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도 “정권과 권력이라는 것이 수사 방해공작을 통해 재판결과를 어떻게 좌우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역설적으로 이 사건 대해서 만큼은 특검의 필요성이 더 강조될 수 있다”고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당 지도부 비토 여론은 중진급 이상에서도 적잖게 감지된다. 한 3선 의원은 “김 대표는 우리처럼 감옥 갔다오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과는 성분이 다르다. ‘잘 한다’는 얘기도 소설가 치곤 그렇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도부에 대한 반대 여론은 2월 국회일정에 대한 양당 원내대표 합의 사항에서 ‘특검’이란 단어가 한번도 언급되지 못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2월 일정에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국정원 개혁특위에 대한 언급만 포함됐고, ‘특검에 대해선 계속 논의한다’는 지난해 12월 3일 양당 4자회담 결과에 따른 특검 논의는 빠져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 사이에서 ‘지도부가 특검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언급도 이 때문에 나온다. ‘양특(특위와 특검) 요구’에서 특위만을 성사시킨 다음 ‘90%의 성공’이라 자평한 것 역시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지는 지점이다.

안철수 의원과의 절묘한 야권연대로 6ㆍ4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도 김 대표가 풀어야 할 당면 현안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측은 선거를 4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본격적인 야권연대에 대한 논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은 민주당 단일 후보로, 경기지사는 안철수 의원측 단일 후보로 ‘딜’을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여러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다.

지방선거 승리에 김 대표가 전력을 다하는 이유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지난해 두번의 보궐선거에 이어 ‘3연패’ 기록의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패배 후폭풍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은 김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로 번질 공산도 적지 않다. ‘9월 전대설’ 역시 이같은 전망에 기반한다. 김 대표가 김 전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온 이날 오후, 예정대로 강원도 지역 방문을 이행한 것 역시 지도부가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당 안팎에선 이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특검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댜.

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