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인물난’을 털어낸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경선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김황식-정몽준-이혜훈’ 삼각 파도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집어삼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경선 분위기를 띄워 선두주자를 잡겠다는 2012년 대선 때 야권이 추진했던 전략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인물난 해소에 결정적 역할을 한 후보는 정몽준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 정병국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돕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모든 가능성을 다 두고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를 (홍문종 사무총장에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경선에 대해서도 “경선은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정 의원의 이번 발언에 대해 정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 의원의 상대는 김황식 전 총리가 될 전망이다. ‘선출직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 ‘쉬고싶다’고 말하던 김 전 총리는 지난 20일엔 “당에서 제안이 온다면 그 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미 새누리당에선 이혜훈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기정사실화해두고 있어 정 의원, 김 전 총리, 이 최고위원 등 3명이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후보군이 정해지면서 ‘경선 흥행’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두주자 강금실 후보를 후발주자 ‘오세훈 카드’로 잡았던 사례가 언급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이슈가 부각되며 일찌감치 후보가 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위협했던 사례도 나온다. 당내 ‘강한 경쟁’으로 경선이 흥행하면 선두주자 박 시장도 뒤집을 수 있다는 전략이다.
유일호 대변인은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이 경쟁하면서 상승작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경선 흥행 분수령은 정 의원의 귀국 시점인 2월 초께가 될 전망이다. 정 의원 측근은 “귀국 때 출마 여부를 확정짓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정 의원 출마의 막판 고려 대상이었던 ‘주식백지신탁제’에 대해 정 의원은 ‘100% 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홍석희ㆍ이정아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