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씽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15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그리고 세수감면 등을 동시에 추진하라는 정책제언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지난 달 정부가 경제정책방행을 발표한 직후 공개됐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강하게 질타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또 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보고서와 유사한 취지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는 최근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추경) 규모는 15조원 이상이 되어야하며 지출확대와 세수감면을 병행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재정이 충분하지 못함을 감안할 때 1~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의 출발은 MB정부 실책에 대한 평가다. 최근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와 달리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원인도 있지만 상당부분 필요한 거시경제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지 못하고 이를 적시에 시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유럽과 미국 등 재정구조가 취약한 나라에서도 팽창정책을 취하는 2012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재정여력이 있는 한국은 균형재정의 목표달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했다는 게 요지다.
보고서는 “그 동안의 거시정책이 실기한 감이 있는만큼 경기부양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통하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하며, 외국인 자금유입으로 인한 원화환율의 상승 억제를 위해서도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교수는 추경의 지출 대상으로는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의 사업과 영세서민층 기금 지원, 타당성이 검증된 계속사업 등을 꼽았다. 재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하며, 추후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늘어난 나라빚을 갚자는 방안도 내놨다.
이어 현 교수는 “2012년 소득세 간이잠정징수액 인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잠정조치가 올 들어 환원돼 경기수축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있다”며 “취득세 6개월 한시감면을 1년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조기에 집행하는 등 세수증대를 위한 구조개선 논의가 금년의 경기위축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지난 주말 당정청 워크숍 이후 첫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의 그대로 언급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회의에서 “부동산대책이 곧 나올거고 추경이 예정돼 있지만 이런 정책만 갖고도 부족하며 금융쪽에서도 같은 기조로 협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한국은행이 이젠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역할할 때 돼으며, 기준금리 인하나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대출한도 인상 등 경제활성화를 시키기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검토할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강한 불만도 드러내, 향후 김 총재의 거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해 11월 경기침체가 심하다고 판단해 기준금리 인사를 강력하게 건의했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해 10월 금리수준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며 돌직구를 던졌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폴 크루그먼 교수나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총재 조차 인정한 적절한 경제정책으로 평가했고, 아베 총리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우려할 정도로 일본은행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현 구로다 총재를 임명한 점도 상기시켰다.
1일 이한구 원내대표의 발언 중에도 “MB 때도 보면 한은이 다소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붕뜬’ 모습 보인적 있는데, 이번엔 그런일 없도록 부탁한다”며 김 총재를 겨냥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