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내 소수파인 국민참여당파와 민중민주(PD)파가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기마자세’ 형국에 내몰렸다. 당 내 다수파인 민족해방(NLㆍ당권파)파 주도로 이뤄진 극심한 선거부정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제 목소리를 내기엔 이들의 당내 지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참여당 출신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3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당을 주도했고 현재도 하고 있는 분들이 과거의 관행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며 부정투표의 원인으로 당권파를 겨냥했다. 그러나 그는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의 당직과 대의원 배분은 NL파가 55%, 참여당파가 30%, PD계열이 1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번 4·11 총선 과정에서 참여당파는 단 한석의 의석도 거두지 못했다.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천 대변인은 이재오 후보에 패했고, 유시민 대표는 비례대표 12번을 자청해 의원직 획득에 실패했다.
PD계열에선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의 원내 진출이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으로 탈당한 바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통합진보당 합류를 위해 진보신당 마저 탈당한 바 있다. 10년도 안되는 시기 동안 세번이나 당적을 옮기는 것은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반면 당권파는 13석 의석 가운데 8석(지역구 5ㆍ비례 3)을 차지하며 당내 최대 계파를 일구는데 성공했다. 결국 진보당 내 소수파는 당권파 인사들의 각종 전횡에도 불구하고 당 내에서 이렇다할 제 목소리를 어렵게 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는 셈이다.
이같은 진보당 내 소수파 소외 현상은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참여당 출신인 노항래 후보는 경선 결과 비례대표 8번을 받았으나 당권파의 양보 요구로 10번으로 밀려났다. 당시 노항래 후보는 “‘운동’이라는 작위적인 당위 아래서 행세와 관료주의가 자라오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심경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향후 있을 대권 후보 선정에서도 참여당파와 PD파가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원 투표를 통해 대권 후보를 결정할 경우 조직을 앞세운 당권파가 내세운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분석이다. 실제로 2007년 대선 당시에도 NL파 인사들의 조직적 지원을 받은 무당파 권영길 후보가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된 바도 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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