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할해역” 탈북자 강제북송 이어 또 도발…정치권 제주해군기지 갈등도 논쟁 불붙여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소설 ‘이어도’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독도’를 알 듯이 이어도를 안다. 이어도는 한국인에겐 ‘신화 속 섬’으로 통한다.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이 살고 있다는 전설 속 환상의 섬. 고달픈 현실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피안의 세계, 그런 이어도가 때아닌 분쟁지역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5·8·25면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다”면서 “감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정기 순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탈북자 강제 북송에 이어 영토권을 거론하는 몽니를 부린 셈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이어도판 도발’은 최근 들어 그 수위가 심상치 않다. 한국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해양경계선에 있어선 중국 관할권에 두려는 어불성설(?)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이어도 인근 수역에서 인양 작업을 벌이던 우리 선박에 퇴거를 강요했다. 12월엔 3000t급 순시선을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해양대국 중국’ 건설의 전초지로 한국인의 신화 속 섬을 빼앗겠다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사분오열돼 있는 정치권도 ‘이어도 도발’ 논쟁에 한몫하고 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 대표는 최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이어도, 그건 섬이 아니라 암초다. 해군의 몸집 불리기를 위한 무모한 도전은 중국을 자극하고 갈등을 유발,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뿐 아니다. 일각에선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중국과의 영토분쟁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위험한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듯’ 달라지지 않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어도는 중국의 위산다오(余山島)에선 287㎞, 일본 나가사키 현(長崎縣) 도리시마(鳥島)로부터는 276㎞ 떨어져 있지만 우리 마라도에선 불과 149㎞ 인근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이어도는 오랜 옛날부터 한국인의 신화 속 섬으로 한국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제주해군기지와 이어도의 영토권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제주 해역의 물동량 90%의 안전을 확보하고 남방 안보를 위해서 제주해군기지는 꼭 필요하고, 이어도는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우리의 영토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