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는 회의 석상에 앉으면서 “오늘이 100번째 회의라고 해서 ‘백설기’ 떡을 준비했다. 한 조각씩 먹으면서 회의를 진행하자”며 부드럽게 회의를 시작했다. 김 총리가 먼저 포크를 들어 백설기를 한입 베어물었고, 이어 배석한 각 주무부처 장관들도 웃으면서 준비된 백설기를 먹었다.
이날 김 총리는 연말을 맞아 서민생활 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임금 체불 등으로 근로자가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각 부처간 벽을 허물고 좋은 정책을 발굴하는데 그동안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좋은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지난 2008년 7월 7일 처음 열렸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국무총리실의 정책 조정기능(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을 폐지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와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가 역할이 겹쳐 ‘옥상옥’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그러나 2008년 ‘촛불 집회’ 등을 거치며 총리실의 정책 조정 기능 필요성이 제기됐고, 같은해 7월 총리 주재로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가 부활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선 범 정부 차원의 독도 대응전략 등 굵직 굵직한 현안들이 논의됐다. 매 회마다 2~3건의 안건이 상정됐고, 총리와 각 주무부처 장관과의 현안 논의가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전국 규모의 대규모 정전 관련 현안,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총리는 100회를 맞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기념해 만든 떡을 참석자들에게 권하며 회의를 진행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김 총리 부임후 총리실이 나름대로 국정의 큰 축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정책 조정 역할에 대해선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최근 총리실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강제 조정안’은 여당으로부터도 ‘검찰의 손을 너무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 절충안을 만들기는 어렵다하더라도, 당초 법안 개정 취지와 총리실의 강제조정안은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입법예고 과정에서 총리실 조정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렵게 마련한 조정안이 수정되면 총리실 입장으로선 체면을 구기는 셈이 된다.
또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주도해 지난달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은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데, 공공기관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엔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사태를 빚은 금융감독기능의 대대적인 개혁 역시, 부처간 이권조정을 하지 못해 용두사미로 끝났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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