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 니어재단이사장, 산업-민주-세계화 이후
대통령-국회-관료 등 5者…원통형 발전모델 제시
박정희~노태우정부…정치-관료-재벌 의기투합
민주화이후~노무현정부…강한시민사회-약한정부
기업형 의사결정 MB정부…승자독식 메커니즘 심화
기업을 중심으로 했던 이명박 시대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승자독식 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층ㆍ세대 간에 갈등이 커지고 젊은 층의 분노가 폭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시대적 문제를 해소할 거대담론을 던져왔던 니어재단 정덕구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대중의 시선이 다시 노무현 시대 권력이었던 시민사회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 Back to ROH’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암운이 드리우는데, 위기를 수습할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멈춰섰다고 본다. 실제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서 국민들 눈에 비친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구조를 해소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변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더욱 깊어진 양극화와 계층ㆍ세대 간 충돌을 녹여낼 새로운 ‘용광로’를 간절히 원한다. 전대미문의 선진국 재정위기, 그로 인해 예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 경제의 위기가 우리에게도 과거 개발시대와는 전혀 다른 한국형 발전 모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은 24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조찬강연에서 산업화-민주화-세계화 이후의 가치와 방향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이를 위해 대통령(청와대)-국회-지방정부-관료-기업의 5자 간 원활한 소통방식을 통한 ‘원형의 사회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이 얘기하는 시대별 국가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이렇다. 경제개발이 지상과제였던 박정희 시대는 정치(군부)-관료-재벌로 이어진 ‘3각 트라이앵글’이 개발시대를 이끌었다. 이 체제는 전두환-노태우 시대까지 이어졌다.
민주화와 외환위기 이후에는 수평적 리더십을 요구하는 세력과 시민사회가 서서히 등장하다가 노무현 시대에 이르러서는 ‘강한 시민사회-약한 정부-강한 시장’이 ‘신(新)삼각 지배구조’를 이뤘다. 하지만 이 체제는 국민의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시대는 ‘노무현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와대와 재계가 전면에 등장한 ‘기업형 의사결정 구조’가 한국 사회를 지배했다. 때문에 ‘약한 정치(신뢰상실)-약한 정부(밀려난 관료)-강한 기업(독과점시장)’이 새로운 심각 트라이앵글을 형성했다.
정 이사장은 “몇 그루의 나무(독과점 구조)가 주는 그늘은 넓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기업의 숲, 고용의 숲이 무성한 숲의 경제로 가야 한다”며 경제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지나친 대외의존도, 금과옥조같이 여기던 수출주도형 고성장 정책, 취약한 내수기반으로 인해 내재된 갈등구조를 경제 시스템의 개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시민사회가 승자독식 구조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를 이끌 책임을 담보하진 못한다는 걸 노무현 시대에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노무현 시대로 돌아가기(Back to ROH)’는 답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금이 혼돈의 시대일 수밖에 없는 또 하나 이유는 서구 모델을 추격해온 한국 경제가 정작 서구의 실패한 번영을 보며 롤 모델이 사라져버렸다는 데 있다. 서구를 추격하며 추격을 당해온 한국이 앞으로 추격을 멈춘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정 이사장은 “결국 우리 스스로 한국형 복지모형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며 “기존의 3각 지배구조를 대체할 원탁회의형 소통방식을 창출하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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