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의 1500억원 사회환원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 ‘노블리스 오블리주’ 문화가 힘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오 의원의 ‘장·차관은 봉급을 받지 말자’는 파격적인 주장에 이어 김황식 국무총리는 ‘공직자들이 솔선해 헌혈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들은 ‘남의 봉급·남의 피로 생색낸다’며 심기가 불편하다.
22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주재 모두 발언에서 “공직자들이 헌혈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기간에 헌혈사고까지 겹치면서 혈액 보유량이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헌혈자 수가급감해 혈액 보유량이 평균 1.6일분에 그치고 있다. 적정 혈액 보유량이 5일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분의 일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김 총리는 관계 부처에 혈액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뒤 “특히 공직자들이 헌혈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함으로써 헌혈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에는 이재오 의원이 ‘장·차관급은 월급을 받지 말자’는 제안을 내놔 관심을 끌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장·차관급 이상은 먹고 살만하면 봉급을 교통비 정도만 받는 것이 어떨까.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은 영세 자영업 가게 등을 배려해 일주일에 하루는 문을 닫자”는 파격 제안을 내놨다.
이 의원은 “양극화가 심하면 결국 대기업도 무너진다. 사회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있는 사람들이 나눔과 내려놓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김 총리의 ‘헌혈 제안’과 이 의원의 ‘월급 반납’ 제안은 우리 사회 지도층과 공직자들이 먼저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회 통합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는 사회적 계층이 높은 사람일 수록 더 많은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닿아있다. 이같은 사회 고위층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 움직임은 안철수 교수가 15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힌 뒤 더욱 가속화 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공무원들 사이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공무원은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헌혈에 적극 나서는 것은 좋은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요새는 군대에서도 강제 헌혈은 안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장·차관 월급 반납’ 제안에 대해선 공무원들 다수가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도 세금으로 월급이 지급되는데 왜 하필 장·차관을 찍어 월급을 반납하자는 주장을 펴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한 공무원은 “장·차관 자리는 노력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도 월급을 받는데 왜 대통령 월급을 깎자는 말은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백화점은 일주일에 하루정도 쉬자’는 제안에 대해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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