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놓고 “국회가 한미FTA를 비준 동의하면서 한미 양국 정부에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재협상하도록 권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새롭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미흡하고 실망스럽다“고 밝혀, 또 다시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키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와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과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책임지고 미국과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양당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취임후 5번째의 이날 국회 방문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함에 따라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해소,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면담에서 이 같은 제안을 받고 “한미FTA에서 최소한 ISD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이 있었으니 이를 당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진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협상파의 요구도 제대도 받아들인 것이 아니어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비준 즉시 재협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오라’는 민주당 내 협상파의 제안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선(先) 재협상, 후(後) 비준안 처리’라는 기존 당론을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면담 이후 손학규 대표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는 정동영 최고위원, 정장선 사무총장, 이용섭 대변인, 홍영표 원내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비준안의 핵심 쟁점인 ISD(Investor-State Dispute)는 기업이 상대국의 정책으로 인해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상사분쟁재판소(ICSID)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ICSID 중재부(3명)의 인적구성상 세계은행 총재를 다수 배출한 미국이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어 자칫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협정 원안일 뿐 아니라 다른나라와 체결한 FTA에도 포함된 일반적인 조항으로, 지금까지 관련 소송이 제기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는 한치를 내다볼 수 없는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이 험난한 길을 헤쳐가려면 국민과 정치·정부가 힘을 모아야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오늘은 정말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면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러 왔다”고 강조했다.
조민선ㆍ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