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안 찬성땐 野동력 타격
“서비스산업 강조” 저서 관심
‘안철수<사진>의 한ㆍ미 FTA 입장은 뭘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처음으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정치쟁점 앞에 서게 됐다. 물론 그는 현재 침묵하고 있다. 정치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라 현안 언급이 쉽지 않다. 또 자칫 이 문제가 자신을 정치 ‘프레임(인식의 틀)’에 갇히게 만들 수 있는 덫이 될 수 있다.
여권에선 야권의 유력주자인 안 원장이 이에 대해 입을 열기만을 바라고 있다. 안 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든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이미지를 덧씌울 수도 있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에선 언제든 맹공을 퍼부을 태세가 돼 있어 보인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걸핏하면 ‘상식ㆍ비상식’을 이야기하는데 한ㆍ미 FTA에 대한 안 교수의 상식이 뭔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친박(친박근혜)계인 유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를 대신해 안 원장에 대한 견제 심리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민주당 등 야권도 내심 안 원장의 입장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 중심으로 안 원장이 FTA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혀준다면 투쟁의 동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안 원장이 찬성 입장을 밝힐 경우 비준안 처리는 물론 안 원장에 대한 구애작전까지 중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사실 안 원장 본인으로서도 FTA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가 난처해 보인다. 일단은 자신이 밀어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대 입장을 공식 발표한 상태다. 일각에선 안 원장이 박 시장을 대신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엄연히 그는 과거 자신의 책을 통해 글로벌 경쟁의 불가피성을 밝힌 바 있다. 그는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책에서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서비스 산업까지 아웃소싱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살아남는 길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는 세계를 보고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