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상당 부분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살아온 문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유세 데뷔전을 치르는 등 정치무대에 본격적으로 서게 됐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박원순 후보를 공개지원하기 위해 문 이사장은 지난 13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그는 도착하자마자 앞서 시작된 유시민 국민참여당의 연설을 옆에서 들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다 다소 긴장이 됐는지 생수병에 담긴 물을 몇 모금 마시고선 상의 속주머니에 준비해온 연설문을 꺼내들었다. 연설문은 A4 크기 종이에 자필로 작성돼 있었다. 문 이사장은 눈으로 연설문을 빠르게 한장씩 훑어 내려가며 내용을 최종적으로 가다듬었다.
유 대표의 연설이 끝나고 바통을 이어받은 문 이사장은 유세차 단상에 힘있게 올랐다. 문 이사장은 연설문 종이를 한 손에 쥔 채 “서울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문재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문 이사장은 특유의 무게감 있고 경상도 억양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안철수, 박원순 현상을 두고 정치의 위기라고 하지만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민심을 외면한 정당의 위기가 아니겠나”라고 했고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국민과 동떨어져 정치가 자기들의 전유물인줄 알고 주물럭거렸던 정치인들의 위기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전면에 나선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 대해서도 자신감 찬 모습을 보였다. 문 이사장은 “부산민심도 과거 3당합당 이후 처음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며 “그래서 20년만에 처음으로 부산에서도 (민주당의) 구청장을 당선시킬 수 있을 수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이 이날 보인 자신감에 찬 말, 발언의 강도, 표현의 날카로움 등은 분명 종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야권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최근 박 후보 유세지원에 전면 나서면서 ‘실력발휘’를 하고 있다. 그간의 오랜 대중연설 경험을 바탕으로 박 후보의 지지를 호소력있게 요청하는 한편 이번 선거가 현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하며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또 박 후보와 함께 동행하면서 여러가지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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