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자발적 참여로 모금‘돈없어도 정치’선례 남겨
시민 자발적 참여로 모금‘돈없어도 정치’ 선례 남겨
‘돈을 훔쳐서 선거를 치를 수는 없지 않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지난해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며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펀드를 개설하면서 했던 말이다.
올 서울시장 선거에서 범야권의 시민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의 펀드도 유시민 펀드에 이어 ‘대박’이 났다. 펀드를 개설한 지 불과 47시간 만에 목표금액 38억8500만원을 채우고 조기 마감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총 가입자 7211명이 실제로 돈을 입금하거나 입금을 약정한 금액이 시간당 820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다.
박 변호사의 이번 펀드 조성은 정당적 기반이 없는 시민단체 출신 후보가 성공리에 마쳤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당의 조직이 동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적 순수히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만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박 변호사에게 이번 ‘펀드 흥행’은 단순히 선거자금을 마련한 것을 뛰어넘는 의미가 있다. 계좌 모집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시민의 지지 열기를 간접 확인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후보와의 심리전에서 자신의 세를 점잖게 ‘과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박 변호사의 이번 성공은 젊은 정치 신인들에게 ‘돈 없어도 정치할 수 있다’는 모범적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선거 때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도 정치자금법 규정에 따라 후보 등록 전에는 후원회를 둘 수 없는 현실적 한계점에 따라 번번이 진출을 포기했던 신인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해준 셈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젊고 참신한 예비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펀드 붐’이 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9월 중순을 기준으로 3개월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인 연 3.58%의 이자를 붙여 오는 12월 25일 이전에 되돌려줄 계획이다. 이번 펀드엔 인터넷 포털 ‘다음’ 창업자인 벤처사업가 이재웅 씨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입해 힘을 실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