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악재로 국내 정보기술(IT)주가 수직 낙하하고 있다. IT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말 그대로 공황 상태다. 가격 매력은 지난 2008년 미 금융위기 당시를 방불케 하지만, 하반기에도 빠른 주가 회복은 물 건너 간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감산에 따른 D램 값 반등 전망으로 반도체주에 대한 저가 매수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외국인이 반도체주에 대해 매수 우위를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의 시가총액은 10조원 넘게 증발했다. 19일에도 대형 IT주는 줄줄이 신저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68만원대로 밀리면서 시총 100조원이 위협받았고, 하이닉스는 16만원 선마저 무너졌다. 특히 기관이 무차별 손절매물량을 내놓고 있다.
당장 IT주 반등의 열쇠는 사상 최저가로 속락한 D램 등 반도체 값의 안정이다. 최근 D램 값 속락으로 국내 반도체업체의 수익성 방어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판가 하락분을 상쇄하려면 많이 팔아야 하는데, PC 등 세트업체들이 좀처럼 재고를 늘리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현실화로 하반기 내내 IT 수요 쪽은 별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전일 세계 2위 PC업체인 델컴퓨터의 올 매출 전망치 하향조정으로 이 같은 우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제 기댈 언덕은 감산뿐이다. 이와 관련해 엘피다 등 경쟁 업체의 감산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엔화 강세까지 겹쳐 비명을 지르고 있다”면서 “이달 말께 감산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쟁사의 감산 돌입으로 D램 가격은 3분기 말 안정을 찾고, 오는 4분기 초께 D램 시장의 수급이 균형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를 겨냥한 매수 기회 포착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16일 2091억원, 17일 434억원, 18일 718억원 등 최근 사흘간 3244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19일엔 718억원 순매도했다.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매수 우위로 돌아설 조짐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국내 IT산업의 소프트웨어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국내 IT주 주가에 중장기 걸림돌이다. 그러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영향은 서서히 나타날 것이고, 국내 IT기업의 하드웨어 부문의 경쟁력은 아직 세계 최강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 LSI, 아몰레드(AMOLED) 등의 신성장 동력이 긍정적이란 평가다. 미국 오스틴 공장의 12인치 신규 라인 본격 양산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는 하반기 본격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아몰레드를 탑재, 해상도가 높아진 삼성 스마트폰, 태블릿PC 신제품 출시도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주가 먼저 움직이면 다른 IT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점차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