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급등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이달 말까지 대출 ‘스톱’이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지난 6월 말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신규 가계대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각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 증가율을 낮추라”고 구두 지침을 내렸으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강도높은 검사를 받을 것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당국의 조치는 은행들이 ‘돈놀이’나 다름없는 가계대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신용대출 등신규 가계대출을 이달 말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 6월말 57조8천억원이던 가계대출 잔액이 7월말 58조6천억원으로 무려 8천억원(1.4%)이나 늘어났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63조1천986억원에서 63조8천544억원으로 6천558억원(1.04%) 급증했다. 이에 농협 관계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후 대출 증가세를 막으려고 노력했으나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객 불편을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특단의 대책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금리안전모기지론(기본형)과 비거치식 분할상환방식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론, 신용대출 등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한다. 특히 모기지론과 주택담보대출은 다음달부터 대출을 재개하지만, 일부 신용대출은 본점의 재개 방침이 정해지기 전까지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희망홀씨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서민대출은 계속 취급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대출에 대한 본부 심사기준을 강화해 생활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의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또 객관적인 상환능력이나 자금용도 등이 증빙되지 않는 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심사도 강화해 이 부문의 대출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초 신규 가계대출 전면 중단까지 지시했지만, 고객 반발 등을 고려해 전세자금 등 서민생활에 꼭 필요한 대출은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전세자금대출 등 실수요자가 꼭 필요한 자금만 대출해주고 나머지는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국민은행은 유일하게 신규 가계대출을 중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몰릴 경우 대출 제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출 증가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신규대출 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추세적인 증가세를 한참 벗어나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며 “실물경제의 성장률을 넘는 가계대출 증가세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통상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매월 1조9천억원 가량인데, 7월에 2조2천억원이나 늘어났고, 이달 들어서는 2주일만에 무려 1조5천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에 대한 급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고객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계부채 대책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총량제한’이 먹히지 않을 경우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서민들의 불편과 원성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잠정중단은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서민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 효과’도 나타날 공산도 크다.
그러나 마지막 수단으로 대출총량을 규제했으나 결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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