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전자부문 직격탄
디스플레이·화학도 고전
넉달새 시총 40조 증발
외인 지분율도 26%로 추락
LG그룹이 증시 반등의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룹 주력 전자 부문 부진이 화학 대장주였던 LG화학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LG전자의 2대 사업 부문인 이동통신(MC) 부문에 치명타다. 그룹 전체가 10년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LG그룹 시총의 증시 비중은 6% 남짓이지만, 전ㆍ후방 관련업체까지 감안하면 10%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자칫 위기상황으로 악화될 경우 옛 ‘대우 사태’에 버금가는 큰 부담이 될 만하다.
LG그룹 시가총액은 올 4월만 해도 100조원을 넘었지만, 이달 들어 주가 폭락과 함께 70조원마저 무너지며 60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재계에서는 3대 그룹으로 꼽지만 시총만 놓고 보면 2위 현대차그룹(142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외국인 지분율은 완만한 오름세지만, 한때 31%를 넘었던 LG그룹 외국인 지분율은 26%대까지 추락했다.
특히 LG전자 주가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낮다. 시장가치가 청산가치를 밑돈 지도 벌써 여러 날이다. 그룹 3인자 LG디스플레이도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에 짓눌려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배 이상 주가가 폭등한 LG화학도 전자 부문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하반기부터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에도, 한때 58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38만원대까지 34% 넘게 폭락했다. 석유화학 2등주인 호남석유가 고점 대비 18.5%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배에 가까운 낙폭이다. 이러다 보니 그나마 화학의 선전에 기대 오름세를 보이던 그룹 가치 척도인 ㈜LG 주가도 5월 초를 정점으로 ‘자유낙하’ 수준이다. LG전자와 함께 6만원 선 동시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좀처럼 그룹 주력 전자 부문의 실적이 나아질 조짐이 없다는 데에 있다. LG전자 최대 사업 부문인 홈엔터테인먼트(HE)의 경우 성장 부문인 평판TV, 3DTV, 스마트TV의 경쟁 심화가 문제다. 이렇게 되면 LG디스플레이도 동반 고전이 불가피하다. 1분기 말 기준 LG전자 주요 제품의 해외 평균 공급가격은 LCD TV가 2008년 619달러에서 423달러로, 이동단말기가 366달러에서 98달러로 급락하고 있다.
LG전자 측도 “시장 경쟁 및 가격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LCD 패널은 공급 초과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매출액 증가 및 수익성 제고의 가능성이 다소 낮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MC 부문도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의 지위가 휴대폰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만큼 상승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시인했다. 특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스마트폰에서 변변한 히트 모델이 없는 LG전자로서는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사용에서조차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악재다.
그나마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재무 현황의 절대 위험 수치가 높지는 않지만, 적자 행진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이 역시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모 자산운용사 대표는 “경기 순환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글로벌 경쟁도 심하다. IT업종 특성상 수년 새 급격히 회사가 나빠질 수 있다. LG그룹이 이른 시간 내에 경쟁력 회복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는 그룹의 존속 여부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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