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우리나라에 ETF를 처음 도입했던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요즘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지난주 증시가 폭락하면서 상장지수펀드(ETF)는 거래량이 평소의 6배로 치솟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지수의 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얻는 인버스 ETF의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열풍 속에서도 그는 연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관심만큼이나 항의 전화도 많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코스피200이 0.7% 오르면 레버리지 ETF는 1.4% 올라야 하는데, 왜 안 맞느냐?’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은 주식과 선물로 이뤄졌는데 기초자산의 거래와 ETF 거래가 오후 3시에 동시에 끝나다 보니 정확히 못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길게 보면 거의 같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며 배 본부장은 지금처럼 변동성이 클 때는 레버리지 ETF, 인버스 ETF가 적절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KODEX200같이 시장을 따라가는 ETF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장이 빠지면 섹터도 어느 섹터가 좋은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분산이 잘되는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다.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가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레버리지, 인버스 ETF도 좋은데 너무 과신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본부장이 밝힌 투자의 제1원칙은 ‘분산 투자’다. 적은 돈으로도 손쉽게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수단 중 하나가 ETF다. 배 본부장은 ETF만 갖고도 재테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종목은 101개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배 본부장은 “개수가 많긴 한데 중복된 것이 많아 서로 다른 종류로 따지고 보면 30개쯤 된다. 국내 관련 상품은 거의 다 갖췄는데 유럽, 아시아 등 해외의 국가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과 실물자산 관련상품은 아직 부족하다”고 밝혔다.
‘ETF 선구자’로 불리는 배 본부장은 지난 2000년 존 보글의 ‘승자의 게임’이라는 책을 접한 뒤 인덱스 펀드가 “비즈니스로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ETF를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업계 사람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자본시장통합법 등 개정을 위해 1년 반을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다.
배 본부장은 “현금이나 금을 안전 자산이라고들 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오거나 금값이 하락하면 이를 안전 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 주식이야말로 안전 자산이다. ETF뿐만 아니라 주식형 펀드 등을 활용해 분산 투자를 잘해놓으면 정반합(正反合)이 돼 안전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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