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구원투수’ 나선 공제회 운용전략은…
연기금 엿새간 1조8천억 매수저가매수·시장 안전판 역할
세계증시 동반 침체 우려
급반등 기대하긴 어려워
적극 매수보단 일단 관망
연기금과 공제회는 국내 주식시장 최대 기관투자자다.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연기금은 대규모로 자금을 집행하면서 우량주식을 싼 가격에 사들이고, 시장 심리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연기금의 매수세가 적극 유입되는 시점은 곧 바닥이기도 했다. ‘스마트머니’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이번 급락장에서 2일부터 엿새간 1조866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헤럴드경제는 한국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의 주식운용 책임자들과 긴급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투자전략과 장세 전망을 들어봤다. 특히 교직원공제회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기금 운용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들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경계했지만, 낙폭이 큰 우량주 중심으로 가격매력이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구원투수지만, 경기부진의 방망이가 매서운 만큼 섣부른 승부보다는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하겠다는 뜻이다.
▶김부식 교원공제 금융1팀장, “가격매력 낙폭과대주만 주목하라” =교직원공제회가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자금은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운용 자산 중 13% 안팎이다.
이번 급락장에서 교직원공제회 역시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적극 나선다기보다는 가격적으로 매력이 있는 낙폭과대 우량주 위주로만 일부 매수했다. 기본적으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초 예상과 달리 시장이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급락했다. 다른 곳이 견조한 상태에서 국내 증시만 과도하게 빠졌다면 적극 매수에 나설 타이밍이겠지만 미국을 비롯해 유럽 증시 중 선전해왔던 독일 증시까지 일제히 급락한 만큼 원인을 찾아낼 때까지 관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인을 알아야 지금의 하락이 과도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엔 실물 등에서 위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은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최근 급락장에서 연기금과 투신이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매수 여력을 감안했을 때 적극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단 단기급락에 대한 대응으로 사들였지만 다들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장이 기대하는 급반등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손절매에 나설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낙폭만큼의 급반등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신용경색이 구체화할 수 있는지, 국가 간 정책 공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진 군인공제 금융투자본부장, “가격매력은 있다. 조기 집행도 검토” =군인공제회는 올 초 직원을 유럽으로 보냈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간접 정보일 수밖에 없으니 직접 상황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스 등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국내 증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가보니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밖에서 본 것보다 경기침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김 금융투자본부장은 “이미 올해 초부터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된 이후 시장이 흔들리고, 다시 한 번 매수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유럽 상황을 파악한 이후에는 주도주보다는 방어적인 내수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꿔놨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지수는 폭락했지만 군인공제회 수익률은 많이 선방했다.
일단 단기 바닥은 온 것으로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변동성 지수를 보면 충분히 상승했다. 곧 증시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라며 “가격적으로 매력이 있는 상태라 이번 급락장에서 낙폭과대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군인공제회의 운용자산 규모는 8조원 안팎이며, 이 중 9000억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주식이 지금처럼 저평가된 상태라면 당초 정해진 주식투자 한도 이내에서 자금의 조기 집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hug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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