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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 급락장에서 맥못춰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지난 2∼5일 아시아 주요국 중 유독 한국증시의 낙폭이 컸다. 코스피는 나흘 동안 10.5% 폭락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대표 지수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나타낸 것이다. 지난 1일 2172.31로 장을 마친 코스피는 2~4일 2%대의 폭으로 급락한 데 이어 5일 3.70% 폭락했다. 나흘간 무려 10% 넘게 하락하며 228.56포인트가 빠졌다. 한국과 더불어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대만 주가도 하락 폭이 10%는 넘지 않았다. 대만 가권지수는 8701.38에서 7853.13로 9.75% 떨어졌다. 한국과 대만에 이어서는 홍콩 항셍지수가 7.58%,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6.67% 각각 하락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2.86% 떨어져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다.

이처럼 급락장의 선두주자로 한국 경제로 부상하게 된 데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주식 매도를 통한 현금화에도 유리한 환경이 하락세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실제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노무라증권은 원화가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 및 유로화 환율의 환율 민감도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에 처하면 아시아 통화 중 원화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인도네시아 루피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 등이 그 다음이라고 밝혔다. 유럽시장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규모도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독일과 프랑스계 은행의 익스포져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에 프랑스와 독일계 은행에서 각각 300억달러, 170억달러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양국에 대한 그 외 아시아 국가의 익스포져 규모는 싱가포르(420억달러), 중국(410억달러), 홍콩(350억) 등이었다.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투자 비중이 높은 점도 대외변수에 취약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한국 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31%로, 아시아 국가 중 대만(32%)과 더불어 최고 수준이다. 그 외 싱가포르(23.7%), 태국(20.7%) 등이 20% 대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문가들은 유럽계 은행이 현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럽계 자금 유입이 많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먼저 자금을 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순표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2009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이후 유럽계 자금이 증가했고,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다음으로 크다”며 “현재 위기의 근원지가 유럽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의 체질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충격은 2008년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대외변수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 것은 옛날 얘기”라며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을 제외하면 연중 최저치이며, 외국인이 주식을 팔지만 채권을 사는 것도 원화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최재원 기자/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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