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정유사들이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기름값 ℓ당 100원 인하 종료 시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각 정유사들은 3개월로 시일을 잡고 인하를 결정한 만큼 7월 6일 이후부터는 다시 ℓ당 100원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100원씩 인하하면서 업계의 손실이 커진 만큼 이를 이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ℓ당 100원 인하의 효과가 끝나면 기름값이 급속도로 오를 것이라는 부담을 완전히 간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그러나 뚜렷한 대안은 현재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단계적 복귀, 한시적 재연장 등의 아이디어는 있지만 결국 정유사들이 부담을 감내하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름값 인하는 7월 6일까지만 한다. 약속이므로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하 연장은 어렵고 연착륙시키는 방안 정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은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실시한 기름값 인하 때문에 정유사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고,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도 실적에는 나쁜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실적이 좋을 여건은 아니라고 본다. 하반기 세계 경제 위기 가능성이 남아있고, 공정위에서 지난 달 정유사들에 내린 과징금 등도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름 사재기 현상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월 6일을 앞두고 주유소에서도 공급가가 싼 기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하고, 소비자들의 기름 수요도 늘 것으로 보인다. 공급가 인하를 선택한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에서는 최근 수요가 20~30% 늘어서 공급을 맞추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GS칼텍스에서는 공급이 늘어 일부 주유소에 기름을 제공하지 못했던 경우도 나타났다.
인하 종료시 정유사마다 느끼는 부담도 차이가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카드가격으로 ℓ당 100원 인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인하가 종료된다고 해도 기름값이 폭등했다는 느낌을 소비자들이 덜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급가 인하 방식을 택한 다른 업체들은 인하 종료시 급격히 오르는 것으로 여겨져 소비자들의 불만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공급가만 결정하고 주유소에서 실거래가를 결정하는 만큼 인상폭이 더 크지 않겠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