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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움의 미학’보여주는 최만린,모란미술관서 드로잉전

국립현대미술 관장과 서울대 조각가 교수를 역임한 원로 조각가 최만린이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미술관에서 드로잉전을 열고 있다.

미술장르 중 드로잉은 한 작가의 예술세계와 예술정신을 파악하는 바로미터다. 작가 자신의 독백이자, 내밀한 언어로 쓴 일기이기 때문. 이번 전시에 최만린 또한 지난 50년간 이어져온 예술정신의 발로이자 조형적 흔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즉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계속해왔던 드로잉 작업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것.

최만린의 초기 드로잉은 가식이나 과장 없이 담백한 표현성을 특징으로 한다. 세련된 묘사나 기술적 기법에 의존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심상(心象)을 그대로 담아낸 ‘소박하고 정직한 드로잉’이다. 이후의 드로잉 또한 시대적 상황을 예술적 형식미로 꾸미거나 장식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최만린은 자연과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고, 이를 표현하고자 힘썼다. 궁극적으로 한국적 조형성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 최만린의 조형적 정체성에 대한 모색은 1980년대 이후 인위적인 조각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한 시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특히 ‘점(點)’연작과 ‘O’ 연작 드로잉은 생명을 근원적으로 모색하되, 서구적 조형성을 냉엄하게 반성한 결과 이룬 그만의 독자적인 세계다.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추구하며 1980년대 말 시작된 ‘O’ 연작 드로잉은 그가 모색해온 조형적 정체성의 한 정점을 드러낸다. ‘O’ 드로잉 연작은 모든 것이 비워졌으나 종국적으론 그 어떤 것보다 충만한 상태를 관람객 앞에 조용히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임성훈 씨는 "최만린의 드로잉에는 일관되게 인간, 자연, 생명 그리고 한국적 조형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다. 그는 시류에 편승하거나 휩쓸리지 않은 채 고독한 길을 걸어왔다"고 평했다. 전시는 6월12까지. 031)594-8001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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