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개발 부작용과 민원 유발, 사업추진 부진 등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뉴타운사업의 새 해법이 제시돼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11일 뉴타운 내 51개 존치관리구역의 건축허가제한을 풀어 건물 신ㆍ증축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건축규제 해제 지역은 기존 단독과 연립주택 등을 보존하고 도로 건설과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설립인가 등 이미 뉴타운 행정절차가 진행된 사업지역이 많아 현실적으로 전면 해제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주민의견 수렴 조건을 붙여 사실상 부분 해제하겠다는 의미다. 낙후한 강북 개발 목표로 추진한 서울의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10년 만에 방향전환을 맞는 것이다.
그동안 사업지정 자체를 취소해온 경기도 역시 뉴타운 속도 조절과 해제 등 조정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뉴타운사업은 지난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첫 시행 이래 선거 때마다 정치권 최고의 단골 메뉴였다. 부동산시장 활황이 더해지면서 서울 26개 지구(274개 구역) 등 전국적으로 총 77개 지구(719개 구역)가 지정돼 여의도 면적의 94배 규모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지정과 부동산경기 침체, 전면 개발에 따른 부작용, 주민 간 이해대립 여파로 뜨거운 감자 신세가 됐다. 서울은 85%가 착공도 하지 못한 채 표류 중이고, 경기도는 총 23개 지구 중 3곳은 이미 지정취소, 12곳은 지정취소를 위한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뉴타운 공약으로 정치권에 입성한 국회의원, 자치단체장이 좌불안석인 것도 이 때문이다. 뉴타운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존치지역 일부해제나 사업 지원 등의 미봉책으로 뉴타운을 수습하기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국고 지원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국민세금이 정치인의 정치생명 연장 보험금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치성을 배제한 합리적 뉴타운 해제 등 사업조정이 먼저다. 해제할 곳은 과감히 풀어 추억의 뒷골목을 살려야 한다.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20%도 채 되지 않는 개발은 저소득층에게 독이나 다름없다. 도시가 역사성을 잃고 획일화된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채워지는 전면개발 방식은 취소하는 게 옳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기 바란다. 여기에 지역 특성 방안과 공공성 강화 대책이 덧칠해지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