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의 몸집 불리기가 MB정부 들어 두드러진다. 경제력 집중 등 폐해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등 20대 대규모 기업그룹의 총자산은 지난 3년 동안 54% 증가했으며 계열사 수는 35% 늘었다. 10대 그룹, 5대 그룹으로 올라갈수록 그 증가 폭은 더 컸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품회사 수직계열화나 기업 인수·합병(M&A), 신성장동력을 위한 분사(分社) 등 대기업들의 계열사 늘리기가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논리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중소기업의 설 자리까지 위협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실제 지난해 15대 대기업그룹의 늘어난 계열사는 제조업보다 서비스 부문이 3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의 몸집 키우기 경쟁은 MB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고환율정책 등 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제활동을 할 토양 마련에 주력했다. 그 덕에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 기록 등 큰 혜택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돈으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책무 수행에 앞장서는 게 도리다. 그러나 유보율 1200% 상회 등 곳간이 넘쳐나는데도 이를 나누기보다 제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했다.
대기업 총수들이 그동안 동반성장의 필요성 등을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립 서비스 인상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대기업 초과이익공유제 제안에 재계가 즉시 ‘반시장주의자’로 몰아세우기 바빴던 것이다. ‘시장 논리’를 앞세우며 “부품 공급선을 중국 등 동남아로 옮기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게 과연 국가공동체를 의식하는 대기업다운 발상인지 의문이다.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늘리고 그룹의 물량 몰아주기 등 제 잇속만 채운다면 중소·중견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시장 논리로 어려움에 처한 주변을 돌보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경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인만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집단 규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기 전에 스스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게 상생의 원리다. 대기업 급성장을 흐뭇하게 볼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인색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