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과 관련한 국내 산업계 피해가 중소기업은 물론 중견, 대기업까지 본격적으로 뻗치고 있다.
일본 피해가 장기화되면 국내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조사되는 등 비상대응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범용 부품 생산 및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LGD),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등 대기업의 장비 도입 및 라인증설 일정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SMC, THK 등 일본 부품업체 피해가 예상외로 심각해지면서 이들 회사는 비상 계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아직 재고가 있고, 현지 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크로스 체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크게 당황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시황도 부담이다. 일본업체 공장의 일부 피해로 관련 제품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LCD 패널 고정거래가격은 내림세다. 메모리반도체 현물가격도 지진 직후 급등세에서 벗어나 가격조정을 받는 흐름이다. 이에 일본 대지진으로 한국의 반도체ㆍLCD 업계가 단기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조선 쪽도 덩달아 비상등이 켜졌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포스코에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공급 물량을 확대해 달라고 긴급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간 사용량의 20~40%의 후판을 일본에서 공급하고 있는 이들 회사는 공급망이 일부 훼손되면서 포스코는 물론 중국 쪽 물량 대체를 검토하는 등 급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현지 네트워크 복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급망 재개가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일본에서 예정된 부품전시회 연기를 검토하는 등 현지 비즈니스 일정이 꼬인 곳이 많아 일본 거래처와의 파트너십 복원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본지진 관련 피해 현황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기업 10곳 중 4곳 이상(43.0%)이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했다. 상의 측은 “조기에 매듭되지 않으면 2개월 뒤 부터는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상당한 타격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가 낸 설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60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으로부터 부품 소재 및 장비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은 이미 피해 영향권에 든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상ㆍ하남현 기자 @yscafe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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