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걱정과 분노가 폭발직전에 도달했다”
16일 BBC방송에 따르면 사토 유헤이 후쿠시마현 지사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로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의 심정을 이같이 전했다. 사토 지사는 대피소로 피난 간 주민들이 음식과 생활필수품, 의약품, 연료 등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자 부족보다 일본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세계2차 대전 이후 겪은 가장 큰 국가적 위기 앞에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피해 상황이 어느정도인지, 앞으로 어떻게 대비를 해야하는지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를 내놓지 않아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침착함을 잃지 않던 일본 언론들도 최근 간 나오토 총리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있다. 간 총리는 지난 11일 지진과 쓰나미 발생 직후 현장을 방문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 이후 공식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급격히 줄었다. 간간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들을 안심시키거나 위기 대응 의식을 고취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도쿄에서 광고회사를 경영하는 하세가와 겐(62)씨는 “총리의 말은 안심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진정하라는 말만 하지 말고 여기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말하라”고 비판했다.
지진 발생 이전 부터 간 총리는 이미 사퇴 압력을 받고 있었다. 지지율은 20% 아래로 떨어진데다 외국인인 재일한국인으로부터 정치 헌금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그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지진 발생을 계기로 일본인들을 하나로 단결시켜 사태를 수습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를 얻기도 했지만 결국 국민들에게 실망만 더욱 안겨주게 됐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리더십의 부재가 일본의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일본의 리더십은 ‘진공상태’라고 꼬집었다. 현재 일본 지도부에 필요한 것은 명확하고 시의 적절하며 대중을 안심시킬 수 있는 의사소통과 여러 관계 기관의 협조지만 이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4년 간 4명의 총리가 등장했다 사라질 정도로 연속성이 없는 정부도 위기 대처에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NYT는 집권당인 일본 민주당이 2년 전 50년 만에 집권해 경험이 없어 익명 뒤에 숨은 관료들이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전 공포가 날이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간 총리가 이같은 위기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그의 진퇴를 좌우할 전망이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