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있었다. 일본 대지진의 악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어지는 기적적 생환 소식과 살신성인의 구조 작업은 열도에 희망이 싹 틔우고 있다.
지난 15일 4개월 된 아이가 잔해더미에서 발견된 데 이어 이와테 현 오쓰치 초에서는 70대 여성 아베 사이 씨가 강진 발생 92시간 만에 구조됐다.
아베 씨와 아들은 쓰나미가 닥칠 당시 “2층으로 올라가”라고 외치는 남편의 말에 무조건 뛰었다. 남편은 순식간에 들이닥친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됐다. 아버지의 지시대로 어머니와 함께 2층에 대피했던 아들은 좁은 구멍을 비집고 탈출해 무너져내린 지붕과 잔해를 헤치고 몇 시간을 걸어 마을 피난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통신 수단이 없어 구조대에 연락이 불가능했던 아들은 13일 밤 물 1병과 빵을 챙겨 다시 어머니에게로 갔다. 구조대가 도착한 시간은 15일 오전. 빵 하나로 연명했던 아베 씨는 추운 다다미방에서 간신히 구조됐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가족과도 눈물의 상봉이 이어졌다.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타 시에 사는 기쿠타 히로코(62) 씨는 연락이 두절됐던 딸과 70여시간 만에 극적으로 만났다.
시내에서 쇼핑을 하던 중 쓰나미의 습격을 받은 기쿠타 씨는 건물이 요동치자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집채만 한 쓰나미와 맞닥뜨렸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기쿠타 씨는 대피소로 이동했지만 남편과 딸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남편과 딸은 지진으로 초토화가 된 게센누마에 있었다. 하지만 체육관 안내 방송에 기쿠타 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찾는 방송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보니 그토록 찾던 딸의 모습이 보였다.
쓰나미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다 부상을 당한 피난민들을 살신성인으로 치료하는 약사의 모습도 감동을 주고 있다.
16일 마이니치신문은 지진으로 주민 절반 이상이 실종된 이와테 현 리쿠젠타카타 시의 약사 오오사카 도시오 씨가 간호사 출신인 아내와 함께 불철주야 피난자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오사카 씨는 “의사가 없어도 있는 구급약품으로 치료를 해주고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는 피난민들은 말 한마디 건네주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