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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반군 흔들기 본격 착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반군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리비아 국영 TV는 9일 “무스타파 압델-잘릴 전 법무장관을 잡아오는 자에게 50만 디나르(약 41만달러)를, 체포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자에게는 20만 디나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긴급 발표했다. 리비아 정부가 반정부 세력을 이끌고 있는 잘릴 전 장관에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 것은 고도의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리비아 정부군 측 반격에 밀리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의 개입이 늦어지면서 내부 분열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 정부 세력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진압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특히 반정부 세력의 실질적 리더인 잘릴을 표적으로 삼을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잘릴 전 장관은 카다피의 측근으로 지냈지만 일찍부터 ‘양심적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잘릴이 정부 내에서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죄수들을 마구 잡아들이는 행위를 비판하고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무차별 진압, 유혈사태가 발생하자 지난달 21일 장관직을 사임하고 반정부 세력에 가세했고 현재 임시과도국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관 사임 직후에는 1998년 미국 팬암 여객기 폭파사고가 카다피에 의한 것이라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리비아 국영 TV가 현상금 발표를 하면서 잘릴 전 장관을 ‘국가의 간첩’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그는 현재 벵가지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리비아 반정부 세력은 정부 측 반격에 밀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내부의 구심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잘릴 전 장관이 주도하는 임시과도국가위원회는 국제사회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했지만 다르나흐 지역의 반군 지도자들은 어떤 형태든 외세의 군사적 개입은 반대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다른 목소리를 냈다. 위원회 내부에서도 목소리는 갈린다. 잘릴 전 장관은 8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카다피)가 72시간 내에 리비아를 떠나고 폭격을 멈출 경우 그를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잘릴 전 장관과 함께 일하는 대변인인 압델-하피즈 고가는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나섰다. 과도정부를 공식 선언하는 문제를 놓고도 야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가 최근 트리폴리 인근 등 리비아 서부의 반대세력을 집중 소탕하고 있는 것은 반군이 주로 포진하고 있는 리비아 동부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펼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부 지역의 반군을 봉쇄해 동부의 반군과의 연계성을 약화시키고 반군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고도의 전술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카다피가 자신의 근거지 인근의 반군 세력을 완전 제압하기 전에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친위부대를 동부로 원정보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수도 트리폴리의 주요 관문인 자위야에서 친위부대와 반군의 공방전 결과가 향후 리비아 사태에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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