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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0만원에 차기총리감 낙마
일본의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며 정권의 황태자로 탄탄대로를 걷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48) 외무상의 정치역정이 20만엔(약 270만원)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그가 중학교 시절부터 가족처럼 지내던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받은 정치헌금이 화근이었다.

6일 마에하라 외상은 침통한 얼굴로 “외상으로서 외국인의 헌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사임을 표했다. 비록 액수는 적지만 금권정치 및 정경유착과 거리를 둔 참신한 이미지로 폭넓은 지지를 얻어왔던 마에하라 외상이 현행법을 어겼다는 사실은 치명타가 됐다.

마에하라 외상은 국립 교토(京島)대 법대를 졸업하고 교토부 의회에서 정치인 생활을 시작, 1993년 중의원 의원이 된 뒤 6차례 당선됐으며 재작년 민주당 정권 출범 후 국토교통상에 이어 외무상에 오르는 등 당 내에서 간 총리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혀 왔다.

마에하라 외상은 센고쿠 대표대행과 함께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힌다. 작년 간 총리의 한일 강제병합 100년 사죄 담화와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화재 반환 협정을 지원했고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 연맹을 이끌면서 매년 한국을 방문해 왔다.

이는 마에하라 외상이 어린시절부터 이웃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던 재일교포 부부와 가족처럼 지낸 인연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교토(京都)시 야마시나(山科)구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는 朴모(76)ㆍ 張모(72) 씨 부부는 일찍 아버지를 여읜 가난한 청년 마에하라를 아들처럼 아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그를 사임으로 몰고 간 정치헌금도 이들 부부가 마에하라 외상 모르게 매년 조금씩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부부의 우정은 민주당 최대 잠룡인 마에하라 치기에 날을 세운 자민당의 집요한 뒷조사에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20% 이하로 급락한 간 내각은 이번 마에하라 외상의 사퇴까지 겹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총리 자리의 공백으로 예산안 집행에 필요한 관련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는 등 정권 운영의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가 불거지자 마에하라 외상은 평소 “어머니”라 부르던 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적어도 그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인정한 데 대해서는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일본 정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마에하라 외상이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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