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씨가 접촉했던 인사가 경남지역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으로까지 확대됐다.
12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한 검찰은 유씨의 ‘접선 대상’을 상대로 금품이 전달된 의혹을 차례로 살펴볼 예정이다.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A씨가 서울시 고위직에 재직하던 2003년 유씨가 서울시를 자주 드나들며 A씨를 한 차례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씨에게서 풍기는 브로커 분위기 때문에 이후 유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배건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에 이어 A씨까지 유씨가 접근할 수 있었던 범위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유씨가 공사 발주가 많은 서울시를 집중 공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06년과 2008년 사이에는 유씨가 경남 지역 광역단체장 B씨를 집무실에서 두 세 차례 만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인의 소개로 몇 차례 만났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남 지역은 유씨가 처남 명의로 급식회사를 차려놓고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던 지역이라 해당 지자체 역시 유씨의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유씨가 접촉 인사들의 인적사항을 적어놓은 수첩과 유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로비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수첩은 오래전 작성된 것이고 장부의 성격도 아니지만 유씨의 진술까지 보태지면서 수사에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검찰은 11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1억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데에 이어 12일 오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소환 조사했다. 이 전 청장은 유씨로부터 3500만원과 아파트 분양권 등의 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모 전 경무국장 역시 유씨가 식당을 운영했던 수원 지역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이 전 청장의 조사가 분양권 비리 의혹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