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임인 마자오쉬 상무부부장 수석대표 참석
만찬까지 4시간40분…中에 건설적 역할 당부
韓, 나토와 협력 필요성 설명…中, 북러 문제 신중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24일 외교부 청사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적.경제적으로 밀착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2년7개월 만에 개최됐다. 북한과 거리두기 하는 중국의 외교적 고심이 드러나는 행보로, 국제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압박 받는 중국이 실제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전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회의와 만찬까지 4시간40여분간 이어졌다. 우리측에서는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중국측에서는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올해 들어 한중 양국은 5월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방중,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 6월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통해 고위급 소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2008년 대화 채널이 가동된 이래 10번째이고, 지난 2021년 9차 회의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지난 한중 외교안보대화의 중국측 외교부 수석대표는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이었지만, 이번 외교차관 전략대화의 수석대표는 마 상무부부장이었다. 마 상무부부장은 중국 외교부 내 5명의 부부장 중 선임으로, 한중 양자 등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쑨 부부장과 달리 외교부 실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북러가 신조약(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중 외교 고위급 만남이다.
우리측은 최근 북러 밀착 상황과 오물풍선 등 북한의 도발상황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측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측의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신중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우리측은 탈북민 보호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부여하는 우선순위와 중요성을 설명하고, 중국 정부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이번 외교차관 전략대화에는 우리측에서 북미국 심의관과 중국측 북미대양주국 부국장 등 대미 외교 담당 실무자가 참석했다. 중국이 최근 요동치는 미국 대선 정국에 대한 한국측의 시각을 알고 싶어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국측에서는 최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IP4(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러 밀착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지역 안보가 긴밀히 연계돼있는 만큼 우리와 나토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우리측에서는 한중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싱하이밍(邢海明) 전 주한중국대사의 귀임으로 공석인 주한중국대사의 후임 인선을 당부했다. 중국 측에서는 적절한 인사를 임명하겠다고 답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24일 외교부 청사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 |
마 부부장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중일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개최했다. 올해 마 부부장이 참석한 차관급 회담은 러시아와 프랑스, 유럽연합(EU), 호주,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이 중에서도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EU와 일본, 한국 등 3개국뿐이다.
중국이 한일과 소통채널을 확대하는 것은 북러 밀착국면, 미국 대선 정국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향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현지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개최할지도 관심사다.
내주 열리는 한중 경제협력 종합점검회의와 향후 한중 영사국장회의 등을 통해 양국 간 경제·통상 협력과 인적교류를 더욱 확대·심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이번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는 북한이 복합적인 도발을 지속하고, 러시아와 군사·경제적 밀착이 강화된 시기에 개최됐다는 데 의의가 크다”며 “외교부는 앞으로도 한중 외교당국간 고위급 소통을 지속하면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전략적인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