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여성에 자궁검사…고문과 가혹행위·성폭행도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2024 통일부 북한인권홍보대사에 위촉된 배우 유지태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촉식을 마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2022년 황해남도에서 농장원인 22살 청년이 공개처형을 당한 것을 보았습니다. 재판관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괴뢰놈들(남한)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되었다’고 읊어줬습니다.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습니다”
26일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2020년 12월 제정하고 2022년 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해 주민들을 공개처형했다는 사실이 탈북민 증언으로 공개됐다.
이전에는 남한 드라마·영화 등 외부정보를 시청했을 경우 노동교양처벌을 받았지만, 법이 제정된 이후로는 시청하기만 해도 교화소에 가게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살인 등 강력범죄자와 함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들을 처형한 사례가 나왔다.
이외에 북한 당국은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주민 통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수시로 ‘손전화 검열’이 이뤄지며, 불순녹화물 사용 가능성이 높은 대학생과 청년들이 주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주소록에 실명이 아닌 별명으로 저장하거나, ‘아빠’, ‘쌤’ 등도 남한식 표현이라는 이유로 단속이 됐다.
인권보고서는 “혈육관계가 아닌 사이에 ‘오빠’라고 부르는 것, 직무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것 등은 남한식 표현이며, 남한식 서체와 억양 등을 사용하는 것은 노동교양처벌 또는 노동교화형,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으로까지 처벌될 수 있다고 법령에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제북송된 여성에 강제낙태 사례도=강제북송과 조사 과정에서 북송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 기관원들이 가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으며, 여성 수감자에 대한 성폭력과 강제낙태도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강제북성됐다는 한 증언자는 “알몸검사와 체강수색(자궁검사)를 당했다”며 “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당했다”고 밝혔다. 2013년 강제북속돼 신의주시 보위부에 구금돼있던 여성 증언자는 보위부 비서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는 다른 수감자를 대상으로 수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고 진술했다.
강제북송된 여성 가운데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경우에는 구금 중 강제낙태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강제북송돼 거주지 분주소에서 조사를 받던 한 여성 증언자는 임신 8개월이었을 때 ‘낙태를 하면 병보석으로 풀어주겠다’는 회유와 협박으로 낙태를 할 수밖에 없었다.
▶18세 미만 아동·임산부도 처형 집행=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 지급, 근로 시간, 근무 환경 등 전반적인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소가 당국에 상납해야 하는 국가계획분과 노동자들에게 지불한 금액은 체류국가나 또는 사업소 상황별로 달랐다. 특히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국가계획분 이외에 당국의 지시에 따라 추가로 상납해야 할 때도 있었다.
국제인권규범들은 사형 집행 시 공개를 금지하고 있으나, 북한에서는 오히려 주민을 사형 집행 현장에 동원하고 있었다. 사형 집행은 주로 장마당, 강·하천변, 운동장과 같이 접근성이 높은 공개 장소에서 이뤄졌다.
한 탈북민은 “2023년 초에 한 장마당에서 여성을 죽이고 현금 등을 가져간 강도살인죄 수형자를 공개처형하는 것을 보았다”며 “얼굴을 복면에 가렸고 손을 뒤로 묶은 채로 말뚝에 세워 목, 가슴, 발을 묶은 처형대상자를 보안원 5명이 나와 총으로 3발씩 쏴서 처형했다”고 증언했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과 임신부에 대한 사형이 여전히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형수술도 검열 대상=문자메시지에서 ‘~했어요.’ ‘빨리 와!’도 남한식 말투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해외파견 노동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검열에서 발각되면 남한 영상물을 본 것으로 간주됐고, 남한 영상물을 시청한 것이 발각되면 강제송환 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외에도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검열, 복장 검열, 전기 검열 등으로 사생활을 통제하고 있다. 성형수술도 검열 대상으로, 성형수술을 한 사람들을 조사해 사상투쟁의 대상으로 비판 무대에 세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탈북민은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고 가는 것도 ‘괴뢰식’(남한식)이고,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것이나 와인 잔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 등도 모두 ‘반동’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담은 인권보고서가 처음 발간된 데 이어 올해에는 2023년 조사한 141명의 증언을 추가해 최근 동향이 포함됐다. 2024 북한인권보고서는 소책자 형태의 요약보고서와 북한인권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유지태씨의 해설이 담긴 영상보고서로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