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P통신이 서방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북한 평양에 종합 지국을 개설한다. 대외 폐쇄정책을 실시하면서 기자들의 북한 내 취재활동을 사실상 불허해온 북한이 미 AP통신의 지국개설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압박정책을 지속하고 있고, 특히 지난해 연평도 사태 이후에는 사실상 대북 봉쇄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AP통신의 지국 개설이 합의돼 주목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에 대항해 민간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AP통신 지국개설 합의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것이 향후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AP통신은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AP통신 간 평양 종합지국 개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평양 종합지국이 개설되면 북한 수도에 상설되는 서방의 첫 취재 및 사진 지국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른 서방 언론사와 비교되지 않는 수준으로 북한 내 AP의 취재망을 보장, 확대하기로 했다고 AP 측은 밝혔다.
이번 합의는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사장 일행이 AP 통신 뉴욕 본사를 직접 방문해 토머스 컬리 AP 사장과 회담한 뒤 나왔다. 이는 지난 3월 북한 경제대표단의 미국 방문과 이달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동부시범 공연에 이어 이뤄진 것이다.
AP통신은 지난 2006년 5월 평양에 영상부문 계열사인 APTN의 비디오뉴스지국을 개설했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취재·사진 기자들도 북한에서 취재활동을 벌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APTN은 서평양의 조선중앙방송국 빌딩에 지국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나 뉴욕 본사에서 파견한 상주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 컬리 AP통신 사장은 “역사적이고 중요한 일”이라며 “AP는 다시 한번 국가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문을 여는 신뢰받는 회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기회에 감사하고 믿을 수 있고 통찰력 있는 방법으로 AP의 세계 독자에게 취재 결과를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양 언론사 간의 합의는 양국의 정보 및 외교 당국과 사전협의를 마친 후 이뤄진 것으로, 향후 이러한 형태의 민간교류가 한반도 정세 및 북미관계,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측은 두 통신사 간의 MOU 체결 계획을 사전에 안 상태에서 김 사장 일행에게 비자를 발급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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