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수도 평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돼 보안당국이 발칵 뒤집혔다고 대북매체인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극도로 폐쇄적인 사회로 철저한 주민감시 체제가 형성돼 있어 체제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북한 사회에서, 그것도 평양에 김정일 위원장을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데일리NK는 평양에 거주하며 중국 단둥(丹東)시를 왕래하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평양 만경대의 김일성 생가 대문 한쪽이 분실돼 주상성 인민보안상이 철직된 사건에 이어 지난 24일에는 김정일 위원장을 실명으로 비난 낙서가 등장해 당국에 비상이 걸렸고, 입소문이 금방 퍼져 주민들도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낙서가 발견된 곳은 평양 철도대학 담장으로, 여기에는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는 내용이 씌여져 있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글자당 B4(257X364mm)용지 크기 정도의 큰 글씨로, 빨간 벽돌에 흰색 분필로 쓴 것이어서 눈에 잘 띄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낙서를 통해 남북의 지도자를 비교하면서, 남한의 박정희가 나라경제 발전시킨 반면 북한의 김정일은 사람들을 굶겨죽였다고 비난한 것은 북한에서 철저히 금기시하고 있는 내용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매우 충격적인 내용으로 해석된다.
북한 보안 당국은 낙서가 발견된 직후 범인이 지방으로 도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3일간 공무(公務) 이외의 유동 인구를 철저히 통제해 27일 오전까지 사흘간 기차표 발매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보안당국은 또 범인 색출을 위해 합동 수사대를 구성해 철도대 학생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평양 주민과 외부인원에 대한 단속과 검열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평양역과 서평양역, 평양-평성, 평양-원산, 평양-간리 간의 도로들을 차단해 검문검색을 강화해 “가정사로 평양을 방문하거나 군복무를 하는 자식을 면회 왔다가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또 “수사대가 철도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면서 “지방도 아니고 평양 공개장소에 낙서사건이 벌어져 피바람이 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평양철도대학은 형제산구역 하당 1동에 위치해 있는데 정문 앞을 제외하고는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 또한 이 구역은 ‘10만 살림집’ 건설지역으로 주변 건물들이 대부분 철거돼 유동인구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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