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주재 한국 영사들에게 접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를 빌미로 각종 기밀 자료를 빼낸 30대 중국인 여성 덩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덩씨가 현지 영사 관계자 및 국내 주요 인사의 연락처를 입수한 목적이 무엇인지, 또 추가로 어떤 자료를 빼냈는지에 따라 그의 정체와 이번 사건의 성격 규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8일 외교 소식통과 정부 관련 부처들에 따르면 덩씨는 우리 영사들과 불륜 관계를 통해 주상하이 총영사관의 비상연락망과 비자 발급 기록, 정부와 여당 최고위층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 200여명의 휴대전화 번호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인사 정보와 본국에 보낸 상하이 동향 보고서 등도 발견됐다.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협의를 받고 있는 전 H영사를 조사한 법무부 관계자는 “기밀문서로 볼 수 없는 영사관 직제표나 비자업무 과정 등에 대한 서류 외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비자 발급 관련 이권을 노리고 영사들에게 접근한 덩씨가 친분 과시 및 관계 유지를 위해 벌인 사건이라는 의미다.
당국이 확보한 그녀의 사진첩에는 우리 영사관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며 찍은 사진도 다수 발견됐다. 법무부는 문제의 직원을 별다른 징계 없이 사표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덩씨가 중국 당국과 관련된 스파일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 현지 한인 사회에서는 예전부터 “덩씨를 통하면 안될 일도 될 수 있다”며 그가 중국 공안이나 고위 인사들과 관련있는 인물이라는 소문이 흘렀다는게 외교 소식통들의 말이다.
그녀가 영사들을 통해 빼낸 자료들의 내용도 이 같은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권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한국 고위 정치인들의 비상 연락망, 총영사관 내부 문서 등이 덩씨에게서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덩씨의 정체와 우리 영사들에게 접근한 진짜 목적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인인 덩씨를 우리 정부가 직접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가 진짜 중국의 스파이인지, 불륜을 수단으로 삼은 비자 브로커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